
왕 씨에서 이 씨로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역성혁명을 성공시키고 조선이라는 나라를 디자인한 장본인 삼봉(三峯) 정도전, 그는 경북 봉화 출신으로 고려 말·조선 초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입니다.
요동 정벌을 위해 출병했다가 1388년 5월 22일 위화도에서 개경으로 회군한 이성계는 정적 최영을 유배 보내고 우왕을 폐위함으로써 권력을 잡게 되고, 고려의 운명은 내리막길을 걷게 되지요. 이때 이성계의 곁에서 국가 개혁을 주도한 이가 정도전(성균관 대사성)과 조준(사헌부 대사헌)입니다.
이들의 주도하에 우왕이나 창왕, 공양왕은 실권이 없는 바지사장으로 전락하였고 이성계 중심의 세력들은 권력을 더욱 확고하게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둘러싼 다툼은 항상 있기 마련이기에 이성계 중심의 개혁세력 내부에서도 갈등이 존재했는데요.특히 사전(私田) 개혁이 그 정점을 이루었는데, 고려말 고질적 병폐였던 권문세족들의 토지 불법 사유화로 인해 농민들은 토지를 빼앗기고 수탈에 시달렸으며 국가는 세수 부족으로 재정적 문제에 직면해 있었어요.
이때 조준이 사전 개혁을 주장하면서 이 문제는 가장 중요한 정치 현안으로 떠올랐는데, 전면적이고 급진적인 사전 개혁을 지지하는 정도전, 조준과 이에 반하여 점진적 개선론을 주장하는 이색, 권근 등이 서로 대립하면서 두 세력 사이의 골이 깊어져 갔습니다.
두 세력 사이의 갈등은 윤이(尹彛)와 이초(李初)가 명나라에 망명하여 이성계가 장차 명나라를 침범하려 한다고 무고(소위 ‘이초의 옥(彛初之獄)’)함으로써 절정에 다다르고 정도전은 명나라에 가서 그것이 무고임을 변명하기에 이릅니다.
정도전 등은 무고의 배후로 이색을 지목하면서 그들의 혁명에 반대하는 세력을 제거하고자 하였고 이 과정에서 정몽주가 이색의 처벌에 반대함으로써 반이성계 노선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 사건 전까지 정도전과 정몽주는 많은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좋은 개혁 파트너 관계였는데 말이죠.
대립이 심화되면서 양 세력 간의 목숨을 건 투쟁이 이어졌는데 반대세력인 김주(金湊)등의 탄핵에 의하여 정도전은 고향인 봉화로 유배되었고 그의 두 아들도 관직에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온건파는 정도전을 유배 보낸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유배에서 풀려나 영주로 귀향한 정도전을 처형하여 후세에 경계를 삼을 것을 주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제 이들이 귀양 간 곳으로 사람을 보내 죽이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즉 온건파는 이성계의 주변 인물을 압박하여 궁극적으로는 이성계의 수족을 제거하려던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온건파의 계획은 드라마틱하게 무산되는데요.
이때 등장하는 자가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 이방원입니다.
이방원이 조영규(趙英珪) 등을 보내어 정몽주를 제거하고 반대세력들을 숙청함으로써 이성계의 반대 세력은 완전히 힘을 잃게 되었고, 정도전이 정계에 복귀하는 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이즈음 고려의 명운은 이미 지기 시작해서 공양왕이 자기 나름대로 불리한 상황을 타개해 보고자 하였으나 이미 상황은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왕대비의 교지라는 형식을 빌어 공양왕을 쫓아내고 이성계를 왕으로 추대하여 조선의 시대가 시작됩니다.
개국 직후 정도전은 요직을 모두 겸임하여 국가 경영의 핵심적인 실권을 한 손에 장악하였고 새 나라 조선을 위한 기틀 다지기에 매진합니다.
하지만 그 유명한(드라마 소재로도 많이 알려졌죠) ‘1차 왕자의 난’으로 말미암아 정도전은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왕자의 난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기로 할게요.)
지난 포스팅에서 다루었던 한신과 유방의 이야기, 오늘 정도전의 이야기를 보면 권력이란 것이 얼마나 비정한지, 또 얼마나 무상한지 알 수 있습니다. 개국을 위한 헌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국공신은 절대자에게 언제나 부담스러운 법이죠. 비단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이야기만도 아닙니다. 동서고금 어디에서나 쉽게,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예요.
저 개인적으로 한신, 정도전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그 둘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말았네요.
토사구팽 당하지 않게 덜 열정적이고 덜 충성스러운 삶을 살아야 할까요?
어려운 인생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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